[칼럼] [이계안의 엽서] 명예회장이시라면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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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정주영 명예회장님 얘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아는 정주영 명예회장은 단순히 사업 감각이나 경영 판단력이 뛰어난 그런 기업가가 아니었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남달랐고, 그러다보니 발상 자체가 특별했다. 서산 간척지 물막이 공사를 할 때, 폐유조선을 가라앉히자는 생각을 해낸 분이다. 1001마리 소떼를 앞세워 꽁꽁 닫혀있던 북한 문호를 활짝 열어젖혀버린 분이다. 당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기보다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대범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 버리셨다. 만약에 그분이 살아계셔서 지금의 개성공단 협상을 보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뭐가 그리 복잡해!!!” 이러시지 않을까?

정주영 회장님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재가동을 지연시킬만한 협상 의제들을 아예 차단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가동중단 재발방지, 공단 국제화 등의 이슈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분의 사고방식을 차용해서 나는 아이디어로서 ‘자치중립특구’를 생각해본다.
자치중립특구를 만들어 이를 UN 관할에 두는 것이다. 행정, 경찰 등 대내적인 기능과 권한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제한적 범위의 외교(예: 경제외교) 등 대외적인 기능과 권한까지 UN에서 대신한다. 그 이유는 UN자치중립행정부(가칭)는 G2라 불리며 우리나라에 가장 긴밀한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과 중국이 개별 국가의 자격으로 보증함으로써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치중립특구의 수명 연한은 50년과 남북이 통일되는 시점 중 먼저 도달하는 시점으로 하되, 통일 없이 50년이 지날 경우 남북한 합의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다. 과거 홍콩의 사례도 있었고, 경제개발 초기 중국의 특구들도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대상 지역은 기존의 개성공단을 살려 개성-파주(DMZ 포함)로 하면 어떨까. 개성-파주 지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그 다음은 김화-평강 지구에 하나 더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금강산-마식령 지구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 가다보면 한반도는 어느새 하나의 커다란 경제공동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유럽처럼 하나의 단일시장이 된다면 정치적 통일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다. 한반도 단일시장은 멀리는 간도까지 확장될 수도 있으리라.
경영학 용어 중에 장점탐구 혹은 가치 탐구(Appreciation Inquiry)라는 말이 있다. 직원들이 자꾸 떠나가는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이직률을 줄일까’ 란 나쁜(Bad) 문제를 풀고자 할 때 그 질문을 어떻게 하면 근속률을 높일까란 좋은(Good) 질문으로, 또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란 훌륭한(Great) 질문으로 접근해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개성공단을 어떻게, 또 언제 열 것인가를 가지고 다툴 때가 아니다. 그보다 개성공단을 통해서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케네디는 유인우주선 아폴로를 통해서 미국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통해서 고구려의 옛 위상과 명성이라는 비전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연합TIMES ytimes 기자(yhkmada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