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종환 詩 삭제 논란 일관성 없는 졸속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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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논설주간
'접시꽃 당신' 등의 시로 유명한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문학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격 제지로 궁지에 몰렸다.
이 같은 결론은 정부의 편향적 정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후퇴한 꼴이어서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초등학교 학생들만도 못한 행정 당국자들의 머리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기 짝이 없다.
교육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편향된 것이 아니라면 그 정책은 지속적으로 유지 되어야 마땅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도종환 의원의 작품에 대한 교과서 삭제 논란과 관련,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한 결과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결국 삭제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이났다. 이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하여 보수, 진보 문인 등 누구 할 것 없이 평가원의 부당한 정책을 성토하고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교과부와 평가원이 선관위에 사전 문의도 없이 졸속으로 이 같은 해프닝을 야기 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가 없다. 또 이번 해프닝에 대해 여론은 MB 정부 들어 최장수 각료인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달 26일 평가원은 도종환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8개 출판사 교과서업체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치인의 작품이므로 교체 바람, □국회의원 당선자의 작품이므로 부적절함,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옹호임 등의 이유로 이달(7월) 17, 18일까지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평가원의 이 같은 권고는 사실상의 명령이나 다름없다. 출판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한 교과서가 행정당국의 채택이 안 됐을 경우 재정적 손실을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성출판사, 대교, 두산동아, 미래엔, 창비, 천재교육 등 8개 출판사가 펴낸 교과서에는 도종환 의원의 대표작인 담쟁이를 비롯해 흔들리며 피는 꽃, 종례시간, 여백, 수제비 등 시 5편과 산문 2편 등 모두 7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이들 출판사들은 교과부 산하 평가원의 권고사항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검정교과서 채택의 칼자루를 평가원이 쥐고 있기 때문에 검정교과서 채택 여부에 따라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각종 참고서 등을 함께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의 제지(?)가 없었다면 도종환 의원의 작품은 이달 중으로 교과서에서 삭제되어야 했다.
여야 정치권 진보·보수 문인들 한목소리 비판
그러나 여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보수, 진보 성향의 문인 누구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비판대열에 가세한 바람에 삭제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는 성명을 내고 이 조치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작가회의는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지 않는다면 검정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엄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현 정부 들어 문인들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며 "작가회의 회원들이 쇠고기 파동 당시 촛불집회에 가담했다고 문화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는 문예진흥기금 신청 당시 불법집회 안 나가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문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낸 건 마찬가지였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우리나라는 작품의 문학성을 떠나 작가 정치성향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는 이상한 질서가 작동한다"며 "이번 작품은 본질적으로 서정시라 사상 논쟁을 비롯해 청소년 교육에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벌인 교과서 수록 작품 삭제 운동의 표적이 된 적이 있었다.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도 "지난 10년간 교과서에 수록돼 사회적, 이념적으로 검증된 작품을 삭제 권고한다는 것은 황당한 조치"라며 "작품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권고 조치를 취하는 행위는 납득할 수 있지만 단지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삭제하라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도종환 의원이 작가회의 소속이라 문인협회에서 성명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태 정리여부에 따라서 향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쓴 시를 이제와 문제 삼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보수, 진보 성향의 작가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은 문제의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또 안도현 시인은 평가원의 정책에 반발하여 자신의 작품 모두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평가원은 종전대로 게재하는 것으로 결정을 되돌렸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교과서 논란은 이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 같은 졸속행정이 되풀이 되어서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