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계안의 엽서]STAY HUNGRY, ‘성장’이라는 이름의 배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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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한국의 투자 전망이 갈수록 밝아지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투자 천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인 980조 495억 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취약가구의 이자 부담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소비가 줄고 청년실업은 여전히 심각하다. 여야는 한쪽은 천막을 치고 또 한쪽은 그 천막을 걷어내려고 으르렁대고 있고, 언론은 검찰총장 개인사를 온 국민에게 매일 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지속된 국정원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국내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투자 천국”이라는 말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저성장과 양극화는 이미 지난 10여년간 우리를 괴롭혀왔다. 그러나 미약하게나마 그 사이에도 국가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글로벌화 과정에서 분배는 급속히 악화되었지만, 수출을 통한 양극화 성장이 가능했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의 칭찬이 잇따르는 이유도 IMF 위기 이후 ‘한층 강화된 위기관리 시스템’과 ‘수출을 통한 성장’의 결과 덕분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평가와 양적 성장의 외형과는 다르게 자살, 실업, 생활고 등 개개인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마저 무한경쟁과 물신숭배의 사회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는 사회의 불안정성을 확대한다. 지난 대선에서의 화두가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모아졌던 것도 그런 결과가 아니었을까?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늘 배고파하라(Stay Hungry)’고 말했다. 잡스의 조언에 따르면, 우리는 참 잘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사회 전체가 여전히 배가 고프니 말이다. 누구나 배고프고 누구나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우리가 느끼는 배고픔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배고픔이리라.
70년대 새마을운동의 ‘잘 살아보자’와 2013년의 ‘잘 살아보자’의 ‘잘산다’는 뜻이 똑같아서야 되겠는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껏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 지역이 고르게 발전하고, 중소기업도 언제가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 이런 것들에 배고픈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아직도 무한히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성장’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