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그룹 프로젝트 수업 (Progettaz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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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린이들이 활동한 모습들 ⓒ 소비자연합방송
[소비자연합방송=박정열 기자] 참여 교사 : 박정열 (1학년 9반 담임교사), 김희정 서울시 금천구 청년삘딩 센터장, 참여 어린이: 김동현, 김민주, 김희연, 박지한, 송하은
지난 해 4월 부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는 방과후 수업은 이태리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법과 철학의 영향을 받은 대안적 수업방식이다. 레지오 교육법은 이태리의 북부에 위치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라는 도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교육체제이자 교육철학을 통칭하는 용어로서 어린이, 교사 그리고 학부모를 학습과 교육의 주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빼다고지스타’ 그리고 ‘아뜰리에리스타’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교육자들이 학교의 어린이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와 협력적인 관계 안에서 학습공동체를 지향하며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 소그룹 프로젝트(progettazione) 수업은 레지오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담임교사와 영,유아 교사경험을 가진 방과후 교사가 공동책임을 가지며 ‘어린이들이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보자는데 뜻을 모아 시작하게 되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Part 1. “너희들은 뭘 하고 싶니?”“러닝맨 이름표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알고 싶은 것을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배우기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것은 이름표였고 담임교사와 방과후 교사가 계획했던 내용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화단에서 자연물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들의 의사를 들어본 후 담임 교사와 담임교사는 협의 후 아이들에게 이름표를 화단에 있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지 제안하였고 아이들은 이에 찬성하면서 하나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1차 시도 : “선생님 펜도 써도 돼요?”>
초기에 자연물을 이용해 나의 이름을 적어 ‘이름표’를 만들자는 의견과 달리 아이들은 펜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담임 교사와 방과후 교사는 처음 계획을 수정하여 아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아마 처음 해보는 시도에 대해 기존에 자신들이 자주 사용했었던 방식을 차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기 위한 나뭇잎, 나뭇가지 채집을 하면서 화단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나뭇잎, 나뭇가지 등을 탐색하는 경험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재료로 사용하기에는 탐색의 기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짧은 경험을 채워주고 도와줄 익숙한 ‘싸인펜’이라는 자료를 도입하면서 문제는 해결될 것처럼 보였으나 비정형의 자연물과 싸인펜과의 만남은 또 다른 과제로 남게 되었다. 위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인펜과 자연물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은 익숙한 싸인펜만을 사용하여 완성하였고, 또 다른 아이들은 두 가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섞어서 완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시도를 통해 아이들에게 있어서 충분한 탐색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2차 시도 : 자연물만을 이용한 아이들의 이름표 만들기>
1차 시도가 끝나고 아이들이 개미 세상이라는 부르는 화단 탐색을 통해 자연탐색의 시간을 좀 더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연물이라는 비정형을 구체적인 한글 낱자로 사용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여전히 도전이 되는 사안이었다. 두 교사는 아이들이 보다 충분히 자연물을 가지고 놀이를 하면서 탐색할 시간을 제공하였다. 아이들은 나뭇잎을 빻으면서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나뭇잎을 빠으면서 나오는 새로운 색을 탐색하기도 하였다. 위의 사진은 두 번째 시도의 결과물을 교실 뒤 게시판에 전시한 것이다. 결과물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자연물을 이용하여 이름표를 완성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왼쪽 상단의 어린이는 나뭇잎을 동그랗게 오려서 비정형의 자연물을 일정한 형태로 단위화 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어린이들은 비정형의 모양을 이용하여 이름을 완성하였는데 나뭇잎만을 사용하여 완성한 어린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동시에 사용하여 완성한 어린이 그리고 ‘돌’이라는 무게감이 있는 재료를 사용한 어린이도 있다.
이에 두 교사가 했던 지원은 아이들이 설정한 이름표 만들기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행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어떤 목표를 설정했으며 그것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그 발자취를 되짚어 가면서 다음엔 어떻게 해야할지 각자 하위 목표를 설정하고 선택하는 작업을 지속해 갔다.
Part 2. 서로에게 배우기, 서로에게 귀 기울이기 : 고정되지 않은 학습목표와 소그룹의 힘
소그룹의 장점은 소속감과 보다 편안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성인이 강당처럼 커다란 공간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아이들 역시 교실을 가득채운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란 녹녹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제 막 초등학교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아이들에겐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그룹 프로젝트(progettazione) 수업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학교 일과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들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또한, 구체적인 학습 목표가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정답에 대한 구애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소그룹 안에서 스스로 유능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러한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 역시 아이들의 새로운 장점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두 교사를 당황하게 한 점은 교사가 하는 말에는 잠시 귀를 기울이지만, 옆에 친구가 발표를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할 때는 집중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교사가 주의를 줄 때는 경직 VS 친구가 이야기할 때는 딴짓 이라는 두 가지의 태도를 자주 보여주었다. 이러한 아이들의 태도가 변화하길 바라며 두 교사가 준비한 놀이는 교사 어린이 모두 동그랗게 모여 앉아 공을 잡은 사람만 이야기를 하는 놀이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게임의 큰 그림에 해당하는 규칙은 교사가 정하고 세세한 규칙들은 아이들이 정해서 완성한 후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은 공 굴리는 놀이 안에서 공을 잡아보고 굴려보기 위해서 친구가 하는 말에 보다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많은 기대를 했었던 것은 아니지만 놀이의 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높았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했던 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교사가 하는 말을 잘 듣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하는 말에 주의와 관심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듣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친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Part 3. 학부모와 소통의 자리 : 학부모 간담회 (유능한 어린이)
어린이의 성장에 있어 학부모는 교실의 교사만큼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친밀함을 바탕으로 어린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매우 중요한 성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명의 어린이에 대한 교사-학부모 간의 의사소통과 신뢰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어린이의 학습과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정보 공유는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방학 기간중 있었던 교사-학부모 간담회는 다소 생소한 소그룹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이해와 1학기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유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자리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수업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교사와 어린이들이 발견한 ‘어린이들’의 서로 다른 유능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어린이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익숙하지 않지만, 섬세하고 세밀한 탐구력을 가지고 있으며 손으로 하는 것에 유능함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어린이는 자신이 궁금한 것을 책에 있는 정보들과 연결지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유능함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어린이는 정의감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서 말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이 가능하다. 또 다른 어린이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는지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등 상황에 대한 분석에 유능함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어린이는 집중력이 뛰어나며 공룡이라는 하나의 관심사를 통해 다른 학습을 연결지어 이야기 할 수 있으며 생각이 창의적이고 확산적이다.
다섯 명의 어린이 모두 서로 다른 성향과 유능함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의 수업내용에 어떤 기여들을 해 왔는지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앞으로 아이들이 각자 가진 장점과 특별함을 살리며 성장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일치하며 만남을 마무리 하였다.
전환의 시점 :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어떻게 배울 것인가?’
어린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자 할 때 성인들은 아이들은 나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마치 다짐하듯 하게 된다. 그것이 교사로서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갖고 있는 의무와 책임이라고 말이다. 소그룹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아이들에게 특정한 지식이나 학습목표를 정해 가르치는 수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소그룹 프로젝트 (progettazione)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말에 아이들은 당황스러워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생각하는 ‘배운다’라는 것은 책상에 앉아 선생님이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놀이를 했을 뿐 배운 것은 특별히 없다고 느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이 수업은 학습 목표와 지식 자체를 다룬다기 보다 ‘어떻게 알아갈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룬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스스로 정해 보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시행착오를 하면서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유능함을 인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것을 알고 싶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나타나는 도전을 온 몸으로 즐기는 경험을 하였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과연 배운 것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우리는 교육과 학습의 상관관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소그룹 프로젝트 (progettazione)수업이 완벽하지 않으며 현재 진행형에 있는 수업이기에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미뤄둘까 한다.
글을 마무리 하며…
모든 사람은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지만 우리가 자라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너무나 까마득한 옛 일처럼 잊고 지내는 것 같다.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로서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린이들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노력만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줄 시를 한 편 소개하려 한다. 소그룹 프로젝트(progettazione) 수업에 가장 큰 영향과 영감을 준 레지오 교육법을 시작했으며 어린이들의 유능함과 권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로리스 말라구찌의 ‘천만에요 백 가지가 있어요’라는 시이다.
천만에요 백 가지가 있어요
로리스 말라구찌
어린이는 백 가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어린이는 가지고 있죠.
백 가지의 언어
백 가지의 손
백 가지의 생각
백 가지의 생각하는 방법
놀이하는 방법, 말하는 방법을
백 가지
언제나 백 가지의
귀 기울이는 방식
놀라워 하는 방식
사랑하는 방식
백 가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백 가지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백 가지의 세계를 꿈꾸며
노래하고 이해하는 백 가지의 즐거움을
어린이는 가지고 있어요
백 가지의 언어를 (그리고 백의 백 가지를 더)
그런데 그들이 아흔 아홉 가지를 훔쳐가 버립니다.
학교와 문화는 몸과 머리를 떼어 놓습니다.
그들은 어린이에게 말해요.
손 없이 생각하라고
머리 없이 일하라고
말하지 말고 듣기만 하라고
즐거움 없이 이해하라고
오직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에만 사랑하고 놀라워하라고
그들은 어린이에게 말해요.
이미 거기 있는 세계를 발견하라고
그리고 백 가지 중에서 아흔 아홉 가지를 훔쳐가요
그들은 어린이에게 말해요.
공부와 놀이
현실과 환상
과학과 상상
하늘과 땅
이성과 꿈은 섞여질 수 없는 것들이라고.
그래서 그들은 어린이에게 말해요
백 가지는 없다고.
어린이는 말해요.
천만에요! 백 가지는 있어요.
위의 시를 읽고 있으면 로리스 말라구찌의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손 없이 생각하라고, 머리 없이 일하라고, 말하지 말고 듣기만 하라고, 즐거움 없이 이해하라고….. ‘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교사로서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이미 고정되어 있으니 너희들은 여기에 적응해서맞춰야 한다고 말하면서 창의적이길 요구하는 이중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경험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지 마음 속에 물음표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글: 김희정
사진: 김희정 & 박정열




